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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적 기업', 비정규 노동의 사회적 관리 기제로 기능할 수 있는 측면은 없는가?


송용한
2007. 11. 24

I. 문제제기

요즘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이미 사회적 기업법이 제정되었으며 관련 프로그램들이 진행중이다. (http://www.socialenterprise.go.kr/)

사회적 기업은 그야말로 사회적 맥락에 따라 발생 배경과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그러한 사회적 맥락이 없이 어느 시점에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나로서도 사회운동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의 개념, 그 기원과 역사,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갖는 의미를 간략히 정리하고 비정규 노동 문제와 연결되는 고민지점을 짚어보고 싶다.  


II. 사회적 기업의 개념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 합의는 없다. 유럽의 경우도 70년대 말에야 사회적 협동조합(특히 이탈리아) 등의 용어 속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발전해오다 1996년에야 사회적 기업의 등장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EMES(L'Emergence de l'Entreprise Social) 라는 네트크를 형성하기로 결정하고 4년여의 연구 과정을 거쳐 2001년에 그들의 연구결과를 책으로 출판했다.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은 시민집단에 의해서 주도되는,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조직들로서 정의되고 있다(Defourny and Nyssens, 2006). 사회적 기업에 대한 좀더 명확한 정의를 위해서 이들은 경제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의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경제적 영역에서의 기준은 (1) 재화의 생산 혹은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 (2) 높은 수준의 자율성, (3)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위험, (4) 최소한의 유급노동 등이며,

사회적 영역의 기준으로는 (5) 지역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명확한 사회적 목적, (6) 시민집단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사업의 추진, (7) 자본소유에 기초하지 않는 민주적 의사결정권한, (8)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적 특성, (9) 제한된 이윤분배의 원칙 등을 제시하고 있다(Borzaga and Defourny, 2001).  - 이상 장원봉(2007) 발표 자료 재인용

조직형태 차원에서 그 유형은 나라별로 상황에 따라 민간기업이나 협동조합, 비영리조직, 기타 일반적인 민간단체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으며, 영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유형의 사회적 기업은 (1) 노동자 생산협동조합, (2) 소비자 협동조합, (3) 주택협동조합, (4) 신용협동조합, (5) 지역사회 기업,  (6) 자선조직의 상업적 부위, (7) 사회적 회사, (8) 지역사회 개발 트러스트 등이다. - 세부내용 김준환(2004) 참조.


III. 사회적 기업의 역사

1. 발생 맥락

사회적 기업의 기원은 자본주의 발달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사는 각 사회가 처한 자본-국가-노동의 위기와 그 역학관계 변화에 따른 조절국면 과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를 장원봉(2007)은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19세기의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의 산업화와 시장경제로의 이전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노동자들의 집합적 대응전략이었다면, 20세기 후반의 사회 경제는 세계 경제의 변화 속에서 자본주의 축적체계의 위기 과정에서 야기되는 실업과 복지후퇴에 대처하는 시민사회의 집합적 대응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장원봉, 2007).
여기서 전후 자본축적 위기 극복이 국가복치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기존의 국가복지 체계의 틀이 재구성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조절 기제가 사회적 기업의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이용을 둘러싼 각축과정에서 노동과 자본 중 누가 헤게모니를 잡느냐에 따라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유럽 각국의 사회적 기업 형태는 각각 상이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2. 발전 경로
이를 사회적 기업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좀더 축약해 보면 각국의 국가복지체계가 사회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변해오고 있나라는 측면 속에 위치지워서 살펴볼 수 있다. 즉 국가복지 체계는 일정한 배제의 틀을 전제로 설계되었으며 재정적으로도 한계가 있고 전사회영역을 포괄할 수 없으며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위한 움직임이 어떤 주체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국가복지의 축소와 복지 운영의 주체가 자본 또는 제3섹터 또는 양자의 보완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장원봉(2007)의 경우 제3섹터주도 모델(이탈리아), 시장주도모델(영국 아일랜드), 조합주의모델(독일), 정부주도모델(스웨덴)으로 나누고 있다.

먼저 이탈리아의 경우는 국가복지의 한계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일종의 대안적 경제틀로 제3섹터영역이 중심이 되어 좀더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이 발전되는 사회적 경로를 밟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의 노동운동의 변화과정과도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영국의 경우는 자본축적 위기가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전통 속에서 시민사회 영역이 사회적 기업을 통해 조절되고 확장되는 경로를 밟고 있다. 이 경우 자본의 우위 속에서 자본이 시민사회 또는 제3섹터 영역을 흡수해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 스웨덴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확장 필요성이 약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주도 모델의 경로를 밟게 되는 것이다. 

3. OECD 현황
이러한 발전 경로 속에서 OECD 선진국들은 현재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소개하고 있는 외국의 사회적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외국의 사회적기업
(출처: 노동부 - http://www.molab.go.kr/issue/issue04/sub01_02.jsp)

앙비(Envie, 프랑스)저소득 실직계층을 고용하여 가전제품을 분리·수거·재활용 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저소득층에게 판매·사후관리 서비스
에스빠스
(Espace, 프랑스)
장기실업자를 고용하여 숲 관리 등 환경보전 사업을 추진
빅이슈
(The Bic Issue, 영국)
노숙자의 재활·자립을 위해 잡지출판 및 판매를 하는 사회적기업(100만 독자확보)
루비콘 프로그램
(Rubicon Programs Inc, 미국)
장애인과 노숙자를 위해 호텔·리조트 등의 조경사업, 베이커리 사업
쥬마 벤처스
(Juma Ventures, 미국)
「벤&제리(미국내 아이스크림 판매 1위 기업」사의 지원 하에 저소득 청소년을 고용하여 아이스크림 판매, 수익은 청소년상담, 건강관리 등에 사용
라 스트라다 디 피아자 그랜드
(La Strada di Piazzs Grand, 이탈리아)
노숙자·외국인·약물중독자 등을 위한 야간쉼터 관리, 청소서비스, 생태지역 관리 및 유지서비스, 공중목욕탕 관리

영국의 사회적기업 사례
-취영국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사회적기업의 수는 55,000개에 이르고, 사회적기업의 연간 총매출은 £270억(33조 6700억원) 이상이며, 전체 고용의 5%를 차지

썬더랜드 홈케어 연합(Sunderland Home Care Associates : SHCA)간호 및 가사서비스 제공업체로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서비스 제공 * 근로자수 175명(85%가 여성), 연매출£175만, 유연한 근로정책으로 직원들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고 있음(연간 이직률 3.5%) * 2006 엔더프라이징 솔루션 상(Enterprising Solution Awards) 최고 수상기업
ETC그룹(ETC group)영국최대의 지역사회이익회사이며, 지역사회 재활용단체 - 재활용 및 지속가능한 폐기물 관리, 거리청소, 의료복지, 교통, 철도 등 공공서비스 제공(연매출£5천만, 1,100명 이상 고용)
프로젝트 코스믹
(Project Cosmic)
농촌지역의 지역사회주민들에게 IT훈련 등 정보통신(ICT)서비스 제공
해크니 지역교통(Hackmey Community Transport : HCT)지역사회 운송서비스 제공을 위해 ‘82년 설립되었다 사회적기업으로 성장 일반버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습장애자, 보육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런던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교통서비스를 수주 * 웨스트 요크셔의 ‘마이버스’, 노란학교 버스,리즈 버스이용 서비스(Leeds AccessBus Service) 등

4. 평가
이상 외국의 사회적 기업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1) 자본축적 위기 구조 속에서 자본-노동-국가의 각축 과정이 있고, 2)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창출대안으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의 개념에서 살펴보았듯이, 1) 주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시민집단에 의해서 주도되고, 2) 목적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1) 공공영역의 경우는 국가에 의해 시행되어야 하는 성격의 사회적 서비스, 2) 사적 영역의 경우는 주변부 성격 서비스업이 주요 내용들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노동조건과 일자리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1) 낮은 임금 속에서, 2) 저숙련 노동이라는 측면과, 3) 고용의 불안정성을 발생시키는 관계가 기업과의 관계로부터 이 사회적 관계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정규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위의 현상들을 미루어보면, 외국의 경우 국가복지체계가 축소되면서 비정규 노동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틀로 이전되고 비정규 노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비정규 노동의 책임을 국가도 자본도 아닌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 구성원들이 지고가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확대시켜 해석하면 국가복지체제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틀을 통해 이전되면서, 일종의 불안정 노동의 '사회적 하청화'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동도 일정정도 책임이 있고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것들을 운동의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IV. 한국의 사회적 기업

1. 발전 과정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11월 23일 성공회대에서 있었던 국제심포지움에서 노대명(2007)은 한국의 사회적 기업을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의 이면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시민단체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 생산공동체 운동을 주도하고, 외환위기 직후 공공근로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고, 2000년 자활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현실의 사업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이는 정부로 하여금 사회적 기업 지원정책을 강화하게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03년 사회적 일자리 시범사업, 2006년 12월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2007년 사회서비스 공급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이러한 요구에 답했던 것이다. (노대명, 2007)

이러한 평가만 보면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시민운동의 발전 속에서 자리잡고 제도화되는, 일종의 운동의 성공에 따른 제도화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유럽과 달리 1) 시민사회의 사회적 토대와 뿌리를 충분히 내리기 전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2) 국가복지체계가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 3) 아직도 기업복지가 복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봐야하지 않나 싶다.

2. 향후 발전 경로
이는 실행 주체가 시민사회 또는 제3섹터 영역이 아닌 국가주도 또는 자본주도로 진행될 수 있고, 기본적인 국가복지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이고 불안정하게 진행될 수 있으며, 재정적으로는 자본에 오히려 종속되고 그 활동 내용이 관리될 수 있다는 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더구나 최근 삼성이나 현대 등의 부정과 비리가 터지면서 이에 대한 무마로 일종의 사회적 면죄부가 발급되었다. 그것은 몇 천억에 달하는 대기업의 사회적 기부금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에 의해 확충되고 틀을 잡아야할 복지체계가 자본 주도로 이루어지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명목과 함께 대기업으로 하여금 각종 복지재단의 설립과 함께 복지사업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와 결합될 수 있다.


V. 소결

사회적 기업은 복지국가에서 자본-노동-국가 간의 역관계 변화와 각축 과정이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그 각축과정을 야기시킨 토대라 할 수 있는 국가복지가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각축 단계를 지나 이미 제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고, 자본과 국가가 역학관계의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
이 과정은 시민사회운동도 일정정도는 일조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사회적 기업을 반대한다고 득이 될 것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의제설정의 헤게모니 단계는 이미 지났고, 공은 국가와 자본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사회적 기업의 실행에 대한 사회적 관리의 주체로 서기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비정규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기업이 비정규 노동의 사회적 관리 기제로 기능할 수 있는 측면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게토로 전락하고 그 속에 머무르는 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사회적 상상의 실험가능성과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참고문헌

장원봉.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전망: 유럽의 경험을 통한 교육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와 사회적 기업에 관한 국제심포지움>, 성공회대학교. 2007, 11, 23.

김준환.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업에 관한 고찰'. <한국사회> 제5집. 2004.


참고사이트
사회적기업센타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
[희망제작소/신현방 외] "사회적 기업연구 학술대회(SERC 2007) 참가보고서"..
http://cafe.naver.com/commune21.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305
http://cafe.naver.com/social86.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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