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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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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의 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 속의 삶을 이 시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등 붙이고 잘 수 있는 곳이 이 도시 공간 어딘가에 있다는 것. 그것은 세분화된 이 도시에서 적어도 자기가 어디에 머물고 있다는 좌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좌표는 자유롭게 이동되거나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불 가능성의 한도내에서 자유로울 뿐이다. 이 도시에서 삶의 자유는 돈이 있는 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비용이 지불된 시민권 속에 있는 자유다.

이 도시 어딘가에 자기 좌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은 지불된 시민권 속에서 공간을 할당받았음을 의미한다. 그 보이지 않는 지불구조 속에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자들. 도시는 그들을 도시 공간에서 추방하고 난민으로 만든다.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란...없다.

흔히들 도시는 혼란스럽고 무책임하고 방종한 곳으로 얘기하지만 모르고 하는 말이다. 도시만큼 촘촘히 짜여진 시.공간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곳도 없다. 그것이 때론 방종과 무질서로 보일지라도 그 방종과 무질서는 이미 돈을 매개로 한 거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방종과 무질서일 뿐이다. 그래서 도시민들은 방종과 무질서를 용인한다. 자기들도 때론 그걸 즐기며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내 난민인 노숙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 지불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이 도시내에서 떠돌아 다니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공장소는 시민권을 가진 도시민들만의 공공장소이기 때문이에 노숙인들이 점유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요즘은 도시내 난민이 도시 내부에서 생기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즉, 서로 같은 입장(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가졌던)에서 한 쪽은 추방당하는 경험을 하고 한 쪽은 그걸 바로 옆에서 봐야 하는 거다. 도시민으로 남아있는 자는 추방당하지 않기 위한 불안 속에서 있게 된다. 그리고 추방당한자는 다시 돌아가려한다. 하지만 도시내 비용 지불구조가 바뀌거나 개인적으로 지불 여건이 갖춰지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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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기도
-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 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래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안 돼, 아빠! 안 돼”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 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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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연구]

장세훈(2006), ‘빈곤층의 내부 구성과 빈곤화 과정’, <경제와사회> 통권 제71호, 2006. 9., pp. 179~207, 281~282.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에서 안정성장 단계로 이행하는 한편으로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자리잡아가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빈곤의 심화 및 확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가 하면, 빈곤의 양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빈곤 대책은 절대빈곤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장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빈곤 연구 역시 빈곤층의 전반적인 생활 실태를 평면적으로 밝히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산ㆍ경남 지역의 빈곤층에 대한 심층면접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① 빈곤층을 이질적 구성을 가진 복합적인 실체로 가정하고, 그 내부 구성을 살피는 한편, ② 빈곤층의 실태를 평면적으로 분석하는 데에서 벗어나 이들이 어떻게 빈곤상황으로 추락해서 이에 적응하는지, 더 나아가 빈곤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빈곤화 과정의 종단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③ 빈곤층의 내부구성과 빈곤화 과정을 연결시켜 빈곤층 유형별로 어떠한 빈곤화 경로를 밟는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빈곤 진입 시기와 빈곤화 요인을 척도로 삼아 단기적ㆍ일원적 빈곤, 장기적ㆍ일원적 빈곤, 단기적ㆍ복합적 빈곤, 장기적ㆍ누적적 빈곤의 네 가지 빈곤 유형을 구분하고, 빈곤화의 경로도 세습형, 정체형, 순환형, 일과성 진입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 단기적ㆍ일원적 빈곤층은 빈곤 탈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만 빈곤 탈출과 진입을 되풀이하는 빈곤 순환형의 경로를 밟고, 장기적ㆍ일원적 빈곤층은 빈곤 상황에 근근이 적응할 뿐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체형으로 귀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단기적ㆍ복합적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사회적ㆍ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빈곤 탈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과성 진입형의 특징을 보이며, 장기적ㆍ누적적 빈곤층은 전반적인 자원 결핍으로 인해 자체적으로는 빈곤 상황에 적응하기도 어려워 공공복지에 의지해서만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가는 빈곤 세습형의 경로를 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빈곤층의 내부분화가 상당 정도 진행되어 이들이 이질적인 구성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빈곤 유형별로 다양한 빈곤화 요인들이 결합되며 각기 다른 빈곤화 경로를 밟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빈곤대책은 빈곤층의 복합적 내부구성과 다양한 빈곤화 경로를 감안해서 각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복지대책’을 강구하는 한편으로, 민ㆍ관이 협력해서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사회적ㆍ인적 자원의 결손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거버넌스 체제(Welfare Governance System)’을 구축할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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