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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932)

출판흐름 : 생활공간으로서의 '도시' 조명한 책들
"도시는 유기체다"...인간척도에 기반한 도시만들기
2003년 10월 31일 (금) 00:00:00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한국은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에 모여 사는 90%의 도시화율을 보여주는 국가다. 이는 서구 선진국의 75%에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우리를 압도해오는 수치다. 그렇다면 도시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렌즈'인 셈인데 과연 우리에게 도시는 풍부한 성찰의 대상으로 존재해온 것일까. 요즘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도시와 관련된 책은 대부분 정책이나, 물리공학적 논의에 치우친 교재류가 대부분이다. 도시의 독특한 생활양식, 소비양식, 인간관계, 문화구조, 환경문제 등에 대한 '사회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은 흔치 않다.


지역환경문제에 비판적으로 관여해온 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가 펴낸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전2권)'(한울 刊)은 '생활공간'으로서의 도시를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뜻깊게 다가온다. 이 책은 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도시 속의 자연을 총체적으로 재구축할 필요성을 꼼꼼한 현장비평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최 교수가 대구MBC의 환경관련 프로그램에 1년간 출연하면서 쓴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해서 펴낸 것인데, 시사성 있는 도시환경 문제의 정치경제학적 관련 구조를 잘 풀어주고 있어 도시와 환경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도시 속의 자연은 전면 재구축돼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도시녹지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공해방지와 미관상 우수성,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방지와 여가활동의 장소제공, 정서순화 등 순기능은 많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에서 도시녹지가 열섬처럼 고립돼, 그 안에서의 생태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는 건 모른다. 저자는 공해에 강한 외래종 식물만 살아남고 토종식물들이 거의 없어진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의 방지를 위해서는 '녹지연결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정서는 도시는 유기체라는 믿음이다. 유기체는 한번 병들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힘들다. 도시 중앙을 흐르는 하천도 한번 잘못 관리해서 그 맥이 끊기면 다시 잇기 힘들다. 하천의 쇠약함은 도시를 만성 가뭄에 시달리게 하고, 무분별한 댐공사를 불러 사태를 돌이킬 수 없게 한다. 지방정부의 눈가림 수돗물 정책은 물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퇴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저자는 이렇듯, 유기체적이지 못한 도시당국자들의 정책의 빈곳을 찌르는데, 특히 대구시의 '생태도시' 프로젝트와 개발주의의 상호배반성, 강물의 곡선을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흐르게 해 자정능력을 상실케 한 하천관리, 바람 팔아 돈벌기 위해 혈안이 된 지방단체들로 인해 유망한 대체에너지인 '풍력발전'이 처한 난국 등에서 저자의 송곳비판이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근대를 넘어, 발전 패러다임을 넘어
저자를 따라 도시 속의 四季를 봄부터 거슬러 오르다보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만나게 된다. 저자가 국가주도의 환경보전 정책이 부딪힌 한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제안하는 환경운동의 한 방식인 이것은, 한마디로 "생태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자본화"를 이뤄냄으로써 환경가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운동이다. 즉, 관주도 환경보전정책이 화석화시키고 관광물로 전락시킨 도시경관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생활 속에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후대에 물려주자는 것. 영국에서 1895년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2000년부터 한국이 도입돼 점차 시민환경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을 넘어선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도시에 대한 사유를 넓혀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 올해 초 출간된 '뉴 어바니즘 헌장'(한울 刊)이다. 어바니즘(urbanism)이란, 쉽게 말해 '도시적 삶의 내용'이라 할 수 있고, 뉴어바니즘은 현대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문화 및 도시개발에 관한 도시설계 패러다임이다. 이 책은 지난 1980년대 말 결성된 미국의 뉴어바니즘협회가 10년간 활동한 것을 압축해 놓은 것인데, 가장 귀기울일 부분은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대도시의 오염과 교통체증을 교외지역을 살기 좋게 개발함으로써, 특히 발달된 자동차 문화를 매개로 해서 도시생활권을 추구한 '어바니즘'에서, 이제 다시 도시 전체를 '인간척도'에 맞는 유기체적 공간으로 재건하자는 제안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거, 관공서, 상업시설, 사무실 등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함께 모여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이 책의 기본 정신인데, 오늘날 베드타운화 된 수많은 위성도시를 거느린 수도권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우리 식으로 소화해야 할지 곱씹어볼 만한데, 이 책의 번역자들은 지자체의 도시개발공무원들에게 적극 독서를 권하고 있다.


위의 두 책과 달리 다소 이론적이긴 하지만, 도시사회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질서와 구조를 좀더 명료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명래 단국대 교수의 '현대사회의 도시론'(한울 刊)을 한번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맑시즘의 정치경제학적 도시론, 시카고학파의 생태주의 도시론, 도시관리학파의 신베버주의 도시론 등 현대도시론의 세 유파의 주장에 대해 역사적, 이론적으로 잘 비교검토하고 있다.

3/1의 지면을 할애한 서울의 정치경제학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이 겪은 발전 패러다임의 변화와 그에 따른 도시발전의 딜레마를 살피고, 성찰적 탈근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했는데 "성수대교 붕괴는 비합리적인 생산관계(부패구조)를 담고 있는 물적 구조가 자동차문화의 물리적 힘을 견딜 수 없어 파열한 것이고, 삼풍백화점 붕괴는 급격히 축적된 부를 특권적으로 쓰고자 하는 신중상층의 과소비욕구와 여전히 온전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축적방식 간의 긴장에서 파열돼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는 부분들은 비록 추상화의 과정을 몇단계 거친 다소 도식적인 설명이긴 해도, 여기저기서 부딪히는 발전 패러다임의 해소 없이 새로운 도시계획은 언감생심이라고 일러준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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