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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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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히는 버스 창밖 건물들을 보며 내가 왜 이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부터 나는 언젠가 이 도시를 떠나리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항상 마음 속에 이 도시를 언젠가 떠나는 모습을 그리며 생활해야했던 그 이유가 무엇일까?

20대 초반, 이 도시를 피해 제주도 시골 농장에 내려가 귤을 따며 지냈던 선과장 생활부터 그 방황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낮에는 아주머니들과 땀 흘리며 귤박스를 나르고 수다 떨고 일하다 밤이 되면 동료들과 선과장 쪽방에 모여 술도 마시고 화투도 쳤다. 어쩌다 비가 와서 일이 없는 날이면 바닷가 선술집에 들어가 있는 횟감에 술을 마시다 나왔다. 그렇게 내 짧은 20대 초반은 지났다. 그리고 언젠가 그 곳으로 다시 가리라는 약속을 하며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20대 후반, 첫 직장 연수가 끝나갈 무렵 나는 온산으로 발령을 내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태여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 온산에 갈 이유가 없었다. 연수 마지막 3일을 남겨 놓고 난 인사과에 퇴사하겠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그리고 동기들과 악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인사과에서는 출퇴근할 수 있는 용인으로 발령을 내겠으니 연수를 마치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울을 마치고 찾아 간 용인.

봄 무렵, 길가에 핀 벚꽃 길을 따라 산을 넘어 마을로 접어들면 나는 가슴이 뛰었다. 푸른 논과 그 논에서 저녁이면 들려오던 개구리 소리. 점심이면 멀리 언덕에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들... 그 자체가 좋아 나는 이장집에 방을 구해 눌러 앉아 시간을 보냈다. 겨울 무렵, 가끔 아침이면 산에 눈꽃이 피고 온 세상은 눈에 하얗게 덮여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곳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했다.

이제는 그 곳으로 돌아가려해도 더 이상 그 공간은 남아있지 않다. 제주도에는 이제 귤밭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다. 용인에 있던 논밭은 이제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곳에는 아파트촌이 들어섰고 뉴스에 오르내리는 부동산 투기의 장소가 됐다. 더 이상 갈 수 없기에 나는 마음 속에서 또 다른 공간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환상 속에서 피안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갈 수 없음을 아예 합리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건 몸으로 때우거나 돈을 내야 하는 이 도시의 삶, 한편으로는 그 압력을 견디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벗어나려고 마음먹고 있는 내 삶의 모습들. 모순적이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무실이나 공장안에서 잘 수도 술을 먹을 수도 없다. 그 곳에는 가족들도 없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버스나 전철을 타고 번화가로 가서 술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또 차를 타고 집에 들어와 자고 다음날 다시 차를 타고 출근해야 한다. 주말이면 그렇게 또 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이랍시고 떠난다. 너무 지친다.

소외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터라는 생산의 공간, 술을 먹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풍경도 볼 수 있는 소비의 공간, 그리고 그 공간들을 연결시키는 유통 공간 사이의 소외가 결국은 삶 자체의 소외를 낳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를 떠난다고 해결이 될까?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나는 매번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설사 떠난다 해도 그 곳은 다시 도시로 변해갔다. 그 무서운 중력에 짓눌리고 마는 현실. 그 속에서 내가 나를 포기하고 있을 무렵, 나는 내 아버지 세대인 박씨 아저씨의 삶을 만났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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