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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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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서 기획연재로 '노동OTL'을 싣고 있다. 아마도 기획연재가 끝난 다음에 단행본  형태로 책을 내지 않을까 싶다. 책의 형식과 내용은 영국의 폴리 토인비가 쓴 [거세된 희망]나 미국의 바바라  에렌라이히가 쓴 [빈곤의 경제]와 같은 형식이 아닐까 싶다.

현장 르뽀건 현장 다큐건 어떤 형식으로든 현재 상태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쓰여질 수 없는 또는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은 내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록 지금은 현재 상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난 후 지금의 자료가 남아 또 다른 분석이 이루어지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종의 사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에 대한 탐색 자료랄까? 아무튼 지금의 기록은 또 다른 그림을 위한 스케치 작업이기에 내겐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그 기록이 누구에 의해 무엇이 남겨지고 있느냐 하는 점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나 편집의 개입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사실의 기록을 중시하는 르뽀나 다큐 형식의 기록이 중요하다. <한겨레 21>의 기획연재도 그런 의미에서 자료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왜곡하며 남기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은 현장 자료들을 남기며 드는 몇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이런 르뽀 형식의 자료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한겨레21>은 '노동OTL'을 통해 이 사회 속에 있는 노동실태를 고발하고 노동의 문제, 나아가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과연 얼마나 분노하고 사회에 대해 고민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기획연재에 실렸듯이 어떻게 해서라도 장시간 여행할 수 있는 고속버스 티켓을 구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르뽀를 읽는 많은 수의 독자들은 우리 뒤안길에 놓여 있던 모습들을 보고 공감하기도 하고 이 사회에 대해 분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수는 이 현실을 보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현실과 만나지 말아야지 하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닌가 싶다. 그 속에서 현실은 오히려 타자화된다. 모두가 분노하고 이 사회에 대해 고민하리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들의 착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은 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르뽀로 남겨지는 것. 그것은 어쩌면 사회 고발로 볼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사람들을 타자화하고 현실을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이중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좀 아이러니 하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이렇게라도 남기는 작업이 무의미하고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르뽀의 다음 단계, 즉 현실이 말해주는 징후와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보이지 않는 이 사회의 구조들을 끄집어 내야 하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으면 길 가다 보기 싫은 현실을 보게 된 거고 피해야 하는, 일종의 남의 일로 남게 되는 거다. 물론 그게 르뽀나 다큐의 한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구조들을 끄집어 내고 보여준다고 르뽀나 다큐가 하는 역할과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쉽게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 그런 거 누구나 다 알어~ 그래서 어쩔건데?"하는 반문과 만나는 거다. 그거에 답할 수 없으면 어줍잖게 떠들지 말고 그냥 세상을 살아야하는 거다. 누구나 한번쯤 '알어~ 하지만...'하며 날개를 꺽는 경험 속에서 살아가는 게 이 사회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마치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라는 영화가 주는 삶에 대한 답답함이랄까? (양익준 감독의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게 아닌가 싶다. 더럽고 답답한 사회지만 그걸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이 현실의 씁쓸함 때문...)  

아무튼, 자유롭기 위해서는 르뽀에서 보여주는 현실들, 그 속의 보이지 않는 구조들을 끄집어 내는 작업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넘나들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하는 작업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같이 이 사회 구조를 비웃어주는 수작이라도 부려야 할거다.


빈곤의 보도, 보도의 빈곤 한겨레21 사회 | 2009.10.02 (금)

기획연재 - 노동 OTL
/바람처럼 왔다 이슬처럼 떠나는 섬/노동 디스토피아,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실낱같은 희망, 함께 이어가요/절망과 빈곤으로 ‘완조립’돼가는 삶들
/15만원 남았다, 희망은 남지 않았다/나는 아침이 두려운 ‘9번 기계’였다
/안산은 거대한 ‘인간시장’

다음 게시판에  "너무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될지를.....모르겠네여..."라는 글이 올라왔다. 많은 부분 공감하고 고민하게 하는 글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글들도 많은 지점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글들은 좀더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례들이다. 이 곳에는 현대적 삶 속에서 사회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억제되고 있다는 생각에 단상의 글만을 남겨본다.

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먹고 살 걱정이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대부분의 문제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를 푸는 것도 물론 개인에서 사회적 관계로 문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인터넷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별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간의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인터넷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계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용이한 의사소통 수단이 확보되고 이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의사소통의 활성화는 개인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강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단이 내용을 해결하지 못한다, 즉 의사소통의 활성화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래는 다음(daum) 게시판 중에서 '백수들의 세상'이라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너무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될지를.....모르겠네여..."라는 글로 29세 청년의 삶에 대한 좌절과 고민을 담은 사례다. 그에 대한 덧글들도 물론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공감의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례: http://job.daum.net/kntalk/talk/view.asp?gubun=10&page=1&seq=20246

하지만 문제는 그 공감의 방향이 어떤 해결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약하면 '참고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참고 열심히 해왔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글을 올린 거였는데... 덧글들은 '궂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 참고 노력하자', '아무 일이라도 해보자', '기도하자'....등. 결국 돌아오는 답은 개인이 참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의 상황에서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엥겔스의 '사회적 살인(사회 정책적 측면)'에 추가해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살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나도 내가 싫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되기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의 문제가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억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강화되고 재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고프만이 [일상생활에서의 자아표현]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요약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제 아무리 역사, 전통, 제도와 구조가 제약적인 조정을 가해도 결국 행동자 자신이 행동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삶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과 해석의 과정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은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히려 개인과 사회 각 구성원들 상호간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러한 문제제기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사례에서는 일단 현 상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당사자가 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지점을 찾지 못해 그 해결점을 함께 논의하는 장으로 끌고 왔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자신이었다. 이를 고프만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고프만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갈 문제인가? 왜 그 연극의 무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이러한 한계를 알렝 투렌은 [현대성 비판]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인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존재는 지식이 유통되는 공간에서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권력이 매개된 공간이다. 푸코의 지식권력이라는 것은 이러한 지식과 권력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지식인이라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시각에서 지식을 관리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식 그 자체가 권력일 수 있다.

이런 지식인도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결국 현재의 당사자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이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당자자가 어떤 입장에 발을 딪고 있는가 하는 지점도 중요하다. 노가다 생활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한 노인의 구술생애사. 그 속에는 사장과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생애사가 있는가 하면 그가 실제로 살았던 생애사가 있다. 즉 하나의 생애사 속에 이야기된 생애사와 살았던 생애사가 각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의 현재의 위치와 그가 발을 딪고 서 있는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 더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수정이 필요하다. 

비정규 노동자의 삶에 관한 책들
- 내용에 대한 접근 방법과 글의 구성을 중심으로-


[생각해볼 문제]
○ 제목: 어떤 제목을 통해 전체 내용을 전달하는가?
- 부서진 미래(삶창), 빈곤의 경제(에렌라이히), 거세된 희망(토인비),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엥겔스)....
○ 글의 내용 - 무엇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가?
-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조건(현장, 일상생활),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요소들(자본주의 사회의 기제들?), 사회적 종속 심화 및 확대?
○ 방법론적 문제 - 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취하는가?
- 현장 경험, 면접 조사, 문헌조사를 글 속에서 어떻게 결합시키고 있는가.
○ 글의 구성 -  글의 내용을 어떤 식으로 구성해 풀어가고 있는가?



[부서진 미래]

글쓴이  : 김순천 외           ISBN  : 89-90492-23-8 
구분  : 르뽀                     판형  : 223X152(mm) 
책제목  :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 이야기) 부서진 미래  면수  : 416 면 
출판일  : 2006년 2월 6일  책값  : 13,000 원 
출판사  : 삶이 보이는 창 
=>[부서진 미래] 소개문 및 목차

삶이보이는창(이하 삶창) 르뽀문학모임에서 펴낸 도서다. 르뽀모임은 1년여 과정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이들과의 대화를 엮어낸 책이다. 구성은 여는글과 15명ㅇ에 대한 인터뷰 글로 짜여져 있다. 인터뷰는 각기 다른 직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인터뷰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2-3장 분량의 프롤로그 형식이 있다. 이를 통해 인터뷰나 인터뷰 대상자의 상황, 느낀점 등을 정리하고 있다.

이 글은 인터뷰를 가공하지 않고 그래도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집필자들이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해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는 한편, 독자로 하여금 그 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즉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가치로 따진다면 이는 향후에 하나의 원자료로서 충실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자료마저도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단점은 인터뷰가 면접형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접 인터뷰 방식을 통해 전체적으로 사회구조적 측면을 드러내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면접자의 의도가 개입되는 과정이다. 인터뷰에 대한 면접자의 해석이 개입되지는 않았지만 면접 내용 그 자체에 구조적 가설들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접 방식은 면접자가 물어보고 싶은 내용만을 취함으로써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독자와 면접대상자로 하여금 면접 내용 이외의 삶의 과정들을 들여다 볼 수 없게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조합해 한 사람의 인터뷰 내용에서 빠진 부분을 조합해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조합하는 것은 한 개인이 처한 조건에 따라 그 내용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 그것은 필자들에게 면접 내용이 간접 경험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공장 라인을 타는 노동자의 노동과정 속에서 오는 느낌을 인터뷰 대상자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필자가 느낀 경험은 아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일 수 있다.    

요약하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면접 방식을 취한 르뽀 문학의 한계이다. 

<삶창>에서 나온 또 하나의 삶의 르뽀가 있다. 그것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글쓴이  : 박성훈                              ISBN  : 89-90492-08-4 08310 
구분  : 르뽀                                    판형  : 210x148(mm) 
책제목  :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면수  : 183 면 
출판일  : 2003년 8월 20일                  책값  : 8,000 원 
출판사  : 삶이 보이는 창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소개문 및 목차

이 책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을 기록한 일종의 기록물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록물들과 같은 사건중심의 기록물이 아니다. 파업 과정에서 글쓴이가 겪은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관계와 고민들을 기록한 글이다.

한마디로 파업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파업을 경험하며 주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느낀 점을 기록한 글이다.

이 글은 제3자가 아닌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글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일상의 삶이 빠져있다. 물론 일상의 영역을 일과 휴식이라는 것으로 나누어 볼 때 일의 영역이라는 일상은 파업 기간 동안의 일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파업기간 이외의 일의 영역과, 일을 떠난 일상 삶에 대한 기록은 빠져있다.

그리고 화자의 경헙과 입장을 화자가 직접 전하는 이러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해석을 그대로 따를 것을 강요하는 한편 그것을 그대로 객관화시킬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러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일종의 경험주의적 견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상 스스로가 대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오는 경험주의적 오류를 말하려는 것이다. 즉 대상의 경험 속에서 느낀 것 외에 독자로 하여금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장 경험을 통해 비정규 노동자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목소리와 삶의 내용을 담아낸 책으로 [빈곤의 경제]와 [거세된 희망]을 들춰 볼 수 있다. 


[빈곤의 경제-Nickel and Dimed - On(Not) Getting By in America]

글쓴이 : 바바라 에렌라이히, 홍윤주 옮김   ISBN : 8935204730
구분   : 르뽀               판형: 반양장본 | 264쪽 | 223*152mm (A5신)
책제목 : 빈곤의 경제 - 빈민의 유리지갑에 비친 경제 이야기! | 원제 Nickel and Dimed - On(Not) Getting By in America
출판일 : 2002-04-10       | 출판사 : 청림출판사
=>[빈곤의 경제] 소개문 및 목차(알라딘)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인 바바라 에렌라이히가 실제로 저임금 노동자가 되어 보고, 느끼고, 분석한 결과를 엮은 일종의 현장 리포트이다. 책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이 글은 단순히 가난에 대한 체험을 기록한 글은 아니다. 이러한 체험에 노동조건의 전반적인 문제점,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심리적 변화과정과 적응 방법, 정책적 개선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 경험과 면접(사람들과의 대화)을 통해 자료를 모으는 한편, 여기서 취득할 수 없는 전반적인 자료를 취합해 현장의 모습을 재구성해내는 글이다. 즉, [부서진 미래]와 같이 면접 대상자 중심의 글도 아니고,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와 같이 당사자에 의한 사건 기록물도 아니다.

현장 경험과 면접 내용 중심이라면 폴리 토인비의 [거세된 희망]과 비교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장 경험과 면접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글의 분석 내용에 그 깊이를 더한다면 엥겔스의 [영국노동자 계급의 상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엥겔스의 글과 비교하기에는 글의 구성적 측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엥겔스의 경우 전반부에 노동자 상태를 대도시라는 공간 조명을 통해 기술하고, 후반부에는 이러한 조건이 만들어진 원인과 결과,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강제되고 강화되는 측면을 서술을 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일반성을 도출하고 다시 구체로 돌아간다. 그러나 에렌라이히는 전자에 중심을 두고, 이 양자를 각각의 주제 내에서 간략히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책 소개에서는 정책적 개선점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내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주체의 호명(?)이 불분명하다. 읽다보면 비정규노동자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이 현재적 삶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는, 즉 내면화 하고 있다는 표현을 보면 비정규노동자들이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는 말을 던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말로 하면 변화의 주체는 노동자, 정부, 사용자 모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야하는 게 현실인데, 그냥 서로 도와 우물파자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거세된 희망] 원제:Hard Work (2003)

글쓴이 : 폴리 토인비, 이창신 옮김   ISBN : 8957690077
구분   : 르뽀               판형: 반양장본 | 234쪽 | 225*148mm
책제목 : 거세된 희망   원제: Hard Work(2003)
출판일 : 2004-01-08       | 출판사 : 개마고원

=>[거세된 희망] 소개문 및 목차(알라딘)

제목은 '거세된 희망'이지만 원제는 Hard Work이다. 저작가 현장 체험을 하며 겪은 일, 그 경험은 그 곳에서 벗어나 안도의 숨을 쉴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고 그런 일에서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거세된 희망'으로 번역을 했을 수 있다.

이 책도 '빈곤의 경제' 와 같이 저널리스트인 폴리 토인비가 청소원, 병원 잡역부, 텔레마케터, 간병인 등을 경험하며 그 속에서의 생활을 써 내려간 책이다. 책의 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방법이나 글의 구성방법은 '빈곤의 경제'와 유사하다. 다양한 비정규직의 직업을 체험하고 이를 각 업종별로 정리하고 있다. 글의 첫 장은 현장으로 향하는 여정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 들어가 겪은 내용을 각 업종별로 정리하고 있다.

'빈곤의 경제'와 다른 점이라면 분석이 좀 더 세밀하다는 점이다. 각종 통계자료나 관련 문헌 자료를 분석에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독자를 변화의 주체로 불러들이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빈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성을 제기한다. 즉 저자는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국가에 요구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세밀하고 구체적인 분석과정이 좀 지루하게 한다. 그리고 경제나 사회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용들이 다소 있다. 쉽게 말해 어느 정도 식자층이 아니라면 쉽게 읽히지는 않는 글이다.

한 가지 좋은 점은 한국의 실태를 각주나 보충 글을 통해 간간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영국의 사례와 한국의 사례를 비교해 볼 수가 있기도 하고 한국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원제: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1845)

글쓴이 : 프리드리히 엥겔스, 박준식 외 옮김   ISBN : .....
구분    :                                    판형: 355쪽 | 225*148mm
책제목 :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원제: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1845)
출판일 : 1988-09-05       | 출판사 : 두리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소개문(개인)

엥겔스는 노동자 계급의 상태는 모든 사회운동의 진정한 토대이자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 대부분은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대문이다.

방법론적으로 현장 관찰과 간접 경험, 문헌자료들을 이용해 글을 썼다. 글의 구성은 책 소개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1840년대 초 영국 노동자 계급의 실태에 대한 묘사, 이러한 실태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에 대한 분석,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앞에서 살펴본 책들이 개별적인 노동자를 중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 이 책은 개별적인 사례를 통해 전체 노동자계급을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그리고 이를 자본주의 사회 일반성과 연결시키는데, 중요한 것은 조건을 따져 다시 구체적인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노동자들이 술과 문란한 성생활에 빠지는 것. 그것은 당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에 의해 나올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인 것이다. 엥겔스에게는 그러한 삶에 대해 도덕적으로 옳으니 그르니에 하는 것이 오히려 위선적인 태도로 보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도시연구에 있어서도 하나의 모범으로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시기적으로는 160년 전이고 영국이라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 일반에 나타는 구체적 삶의 모습들은 동일한 형태를 띨 수 있다. 특히 도시에서 과잉인구가 되어버린 또 다른 계급들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들. 예컨대 청소부, 소매업 종사, 노점상, 막노동....그것도 어려우면 도둑, 약탈, 방화범이 되거나 자살을 해야 하는 현실. 반지하실, 옥탑방, 원룸, 고시원 같은 공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