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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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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도 패자도 없는 도박중독 사회와 도시



1. 도박중독 사회

요즘은 한국사회 전반이 이미 도박중독사회 또는 투기사회로 변했다는 생각이다. 잠정적으로 나는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사회적 원인이 한국사회의 1) 급격한 산업화 경험과 2) 개발주의 속에서 형성된 3) 천민 자본주의적 성향, 그리고 4) 도시적 삶의 양식들이 결합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분석은 해봐야 하겠지만, 이는 결국 계급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마침 어제 <MBC 프라임>에서 '위험한 행운' 이라는 주제로 도박중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한국의 경우 도박중독 유병률 9.5%로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한 명이 도박중독이며, 도박중독은 가족 해체와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으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체계적인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방송에서는 도박은 개인의 문제,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는 나쁜 습관으로 여기지만 도박중독은 일반인에 비해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조절 장애를 수반하는 질병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박중독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이 사행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제언을 하고 있다.

방송내용에 따르면 도박중독의 원인은 결국 개인들이 경험한 '위험한 행운'이고, 그 속에서 도박중독이라는 질병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박중독자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기 때문에 이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주체는 사행사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질병차원에서 보고, 개인에 대한 사회적 질병퇴치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거다. 이런 걸 사회병리학적 문제설정이라고 하나?  참...중세시대적 발상이지만 대부분의 정부정책, 또는 복지프로그램, 사회운동이란 게 이런 식이다.

2.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도박
하지만 왜 문제 설정을 이렇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사회에서 도박은 일부의 사회적 문제도 아니고 개인의 병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설정이 빗가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나마 MBC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하지 싶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뒤르켐이 자살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자살론'을 통해 자살의 사회적 원인과 유형을 분석하고 자살의 일반적 성격을 도출하고 있다. 뒤르켐도 사회병리학적 관점에 있지만, 차라리 뒤르켐 같이 한국사회에서 도박중독 현상도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도박의 사회적 원인과 유형을 살펴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한국사회에서 도박과 같은 사행사업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그러한 원인을 MBC 프라임에서와 같이 '불행한 행운'이라는 식으로 개인에게 돌리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간다면 기껏해야 정부 정책으로 돌리는 거다. 물론 한국의 사행사업은 2000년 이후 기존의 경마(1922년)와 경륜(1994년) 외에 카지노(2000년), 스포츠토토(2001년), 로또(2002년), 경정(2002년), 메인카지노 개장(2003년) 등 새로운 업종의 도입과 사행성 게임물 양산 등으로 인해 증가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원인을 돌리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예컨대 왜 우리 애들이 특목고를 가고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지, 왜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돈이 있으면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려야 하는지, 왜 88만원 세대가 몇 백대 일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좋은 말로 노력의 결과를 얻기 위한 투자로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한다. 하지만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로또 잡기의 한 형태라는 걸 서로 잘 알고 있다.

3. 아이러니
로또 잡기의 사회적 게임에서 성공하면 승자winner고 실패하면 패자looser다. 대부분이 실패하지만 간혹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크게 성공하는 케이스는 꼭 있다. 이런 성공신화가 없으면 도박중독 또는 투기사회를 유지시킬 수 없다.   

아무튼...이렇게 삶의 로또를 잡으려는 우리들의 삶을 단순히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승자와 패자로만 나눌 수 있을까? 어쩌면 팍팍한 이 한국 사회에서 모두다 따뜻한 꿈을 이루려 똑같이 몸부림 치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 속에서 누구도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아이러니한 건 그 속에서 자신을 억제하고 서로를 타자화하며 사회적으로 서로를 죽여가고 있을 뿐이다. 각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구멍이 나고 있는 거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가 나타나고 있는 거다.

[관련기사]
한국사회, `한탕주의'만 커간다 연합뉴스 경제 2010.06.10 (목)